김씨표류기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김씨표류기
감독 이해준
출연 정재영, 정려원 등
제작 반짝반짝영화사
2009.
@ 롯데시네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선택한 자살도 빗겨갈 정도로 억세게 운이 없는 남자 김씨는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다.
핸드폰의 배터리도 다된 그는 어쩔 수 없이 밤섬에서 생활을 하게 되고
죽기로 결심했던 일은 실패하게 되면 그 용기(?)마저 사라지게 되는지 삶에 대한 미미한 의욕을 갖기 시작한다.
'HELP'라는 글자를 밤섬 모래위에 큼지막하게 적어놓고 누군가가 와서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랄만큼
그는 자신을 버린, 자신이 등진 세상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세상으로 다시 편입되는건 우주에서 난파된 우주선을 구조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와 타인들의 외모에 대한 폭력앞에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린 여자김씨는
수년째, 자신의 방에서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하루종일 방 안에서 어떻게 지낼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녀의 생활은 꽤 규칙적이다.
아버지가 출근하는 소리로 기상을 하고, 옥수수콘 캔으로 식사를 때우며
아침운동, 점심후 운동을 어기지 않는다.
출근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미니홈피로 하고, 자신의 외모를 노출시킬 일이 없는 인터넷에서 하루를 보낸다.
VHS의 크리너 화면으로 주문을 걸며 잠을 청하고, 뽁뽁이로 둘러싸인 침대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취미가 있었는데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층아파트에서
고급 망원렌즈로 달 사진을 찍는 것이다.




어느날 그녀의 카메라에 'HELP'라는 밤섬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고, 카메라를 통해 남자김씨를 지켜보게 된다.
남자는 물고기를 잡고, 오리를 잡아서 먹을 것들을 때워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자장스프에 자장면에 대한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게 된다.
온갖 식물들로 면을 만드는 시도를 해보지만, 당연히 성공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자장에 들어갈 면 만들기는 버려지고 버린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만 있던 그녀는 남자가 마치 우주에서 내려온 외계인인 듯한 환상을 갖게 되고
그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자의 행동은 수년 간 방안에  갇혀지내던 그녀에게 변화의 첫 시작이된다.

경쟁속에서 도태된 인간과, 사회적 시선에 의해 생겨난 '정상'이라는 기준 속에 밀려나게 된 인간은
세상이 싫어서 자신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같은 처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한다고 했던가,
그 둘은 우연 반, 필연 반으로 도킹하게 되고, 서로에게 새로운 빛이 되어간다.




영화는, 넘치지 않는 코미디를 유지하면서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재미도 있지만, 그냥 웃긴 영화가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된다.
각자의 이유로 인해 세상에서 버려진 이들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어냈고,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 이유가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수 없다.
그들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간다.
그러나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은 말처럼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인류역사 그 어느때보다 '사람'이라는 가치에 비해 '돈'과 '물질'의 가치가 월등히 높아진
지금의 시대에서는 인간은 사회속에서 심한 모멸감을 받는 나날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나 그냥 여기서 살게 해주면 안되냐'는 남자의 절규는 이 사회가 무엇을 중시하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느끼게 해주는 말이라, 가슴이 아려올 수 밖에 없다.
두 김씨는 그런 세상에서 아둥바둥 살기보다 세상을 등지는 것을 택했고,
그래서 둘이 서로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는 것은 필연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엔딩이 참 맘에 드는 영화이다.
어설프게 세상에 편입시키는 과정이 아니라서 이 영화가 맘에 들었던 것 같다.
그냥 서로의 존재와 각자에게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끝나는 이 영화의 엔딩은
그 뒤가 편치 않을 것이라는 것으로 인해 슬프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기댈 곳'은 있다는 것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영상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밥먹고 영화를 보게 된다면 먹은 것들이 다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지저분한 장면들로 시작되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갖게 되면서부터 영상의 분위기는 달라기게 된다.
이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둘의 감정과 상태에 따라 영상의 분위기가 바뀌어가는데
그 분위기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조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덧. 영화를 보고 달표면이 찍히는 '망원렌즈'가 부럽다 못해, 갖고 싶어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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