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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독 홍상수
출연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정유미, 공형진, 하정우, 유준상, 문창길, 서영화, 예수정 등
제작 영화제작 전원사
2009. 한국
@ 스폰지 하우스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매력은 '영화스럽지 않은' 데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첫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아직 영화나 인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던
나이에 봐서 그런지 그 매력을 온전히 다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영화스럽지 않은 그 첫 영화는 그 자체로 약간의 센세이션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영화를 보게 된다.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을
볼 때마다 '영화스럽지 않은' 스크린 속 장면들은 나름의 매력을 더해가고 있었다.

또 다른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매력은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데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현실의 어느 사건과 어느 부분을 스크린으로 담겨내다 보니
전형성을 지닌 캐릭터는 의미가 없어지는 듯 하다.
현실에서의 다양한 사람마다의 개성이 가장 응축되어 영화로 표현해내고 있는 느낌은
'영화스럽지 않은' 그의 영화에서 가장 '영화스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런 두가지의 매력이 응축된 영화라 생각된다.
마치 자신의 모습 혹은 자신이 경험했던 일상을 그린 듯한 이 영화는
구경남이라는 영화감독이 영화제 심사에 초청받아 영화제에 참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들과
제주도의 영화관련 선배교수의 초청으로 강의하러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뭐 특별할 거 없는 내용이지만 영화는 사연을 담고 있는 각각의 캐릭터들에 의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놓는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각자의 수년간의 에피소드와 경험들을 늘어놓듯이
영화감독 구경남의 지난 2-3주간의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내놓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삶에 끼어드는 일은 일상처럼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아예 모르는 남보다 어설프게 가까운 이들의 끼어듦은 때론 간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생판 모르는 남이 더 편할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관계라는 건 그래서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책임'이라는 것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관계라는 것은 성립하기도 어렵거니와
책임과 관계는 거의 비례하기 때문에 자신을 챙기기도 빡빡한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관계에서의 거리를 두고, 벽을 세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금은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고 있다면 아는만큼만...
이 영화가 선택한 코믹버전은 영화의 재미를 떠나 무게를 덜어낸 모습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영화 참 웃긴다.
마치 내 일상을 누가 엿보는 듯한, 혹은 남의 일상은 내가 엿보는 듯한 영화의 분위기에
의도적으로 웃기겠다고 작정했는지 곳곳에서 터지는 찌질함과 소소함에 담긴 유머가
영화의 맛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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