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비 [Bandhobi]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반두비 [Bandhobi]
감독 신동일
출연 백진희, 마붑 알엄, 이일화, 박혁권, 김재록 등
제작 비아신 픽쳐스, 시네마 달, 반두비 제작위원회
009. 한국.
@ CGV
<방문자>에서 소외된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가는 관계의 의미에 대한 부분을 다뤘다면 <나의친구, 그의아내>에서는 욕망이 '끈끈하다고 믿었던' 관계를 파괴시키는 과정과 이를통해 과연 '완전 수평적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이 두 영화는 '신동일'이라는 감독을 새롭게 인식되게 했던 영화였고,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반두비'라는 영화를 통해 또 한 번 자신만의 영화를 꺼내놓았다.
수많은 영화와 문학들이 '보편성' 속에 숨어있는 '특수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의 속성으로 인해 '관계'라는 것이 삶에서 뗄래야 뗄수 없는 일부분이 되었고 이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담은 많은 작품들 속에 중요한 소재와 주제로 등장한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혹은 고정화된 시선에 따르면 '정상적인'이라고 수식어가 붙는 '관계'가 얼마나 허술한것인지, 역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가 때론 더 깊이 있으며, 더 진실한지를 보여주는 '서사'를 지닌 작품들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신동일 감독의 전작들과 '반두비'라는 영화는 상당히 끌리는 영화다. 거기에 그가 지니고 있는 한국사회 혹은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감없이 전달하면서도 그 내용이 영화의 서사를 전혀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민서와 카림이 버스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민서는 친구들처럼 원어민 영어강사가 하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밤에 주유소 알바라도 해야 하는 고등학생이고, 카림은 방글라데시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1년동안이나 일했던 직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이다.
버스에 카림이 지갑을 떨어뜨리고, 그것을 주은 민서는 몇 만원의 돈이 탐이나 지갑을 챙기지만 이내 카림에게 붙잡힌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극적인 만남은 민서의 돌발적 성격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친구'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라 성인남성과 한국의 여고생의 사귐을 (그것이 친구사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이해해줄 시선은 적어도 둘의 주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세상의 의지할 곳이 존재하지 않았던 민서에게는 세상의 시선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그의 말대로 '유일하게 통하는' 카림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다. 카림 또한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 그것도 인종주의에 빠져 가장 무시당하는 동남아인이라는 존재는 고립감과 좌절감이 겹겹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대화라도 할 수 있는 민서의 존재가 귀중하다.
그렇게 둘은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인종문제, 청소년 성매매 문제, 비정규직 문제, 뉴타운 문제 등을 각각의 비중도 다르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꺼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사회 정치적 문제에 대한 풍자보다는 '고정화된' 사회적 시선을 대놓고 비웃는 통렬함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특히 민서가 좋아하는 한우장조림을 민서는 하나도 못먹고, 그의 새아빠가 될 사람이 다 먹어버린 사건과 몸이 안좋다는 말에 카림이 직접 장까지 봐가며 만들어준 방글라데시 민속음식을 먹는 장면은 '정상적이라고 보여지는' 시선을 제대로 비틀어버리고 있다.
경제적 성장보다 정치적 발전은 훨씬 뒤쳐져 있다. 그런데 그보다 사회속의 '고정화된 시선'을 바꾸어내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리뷰를 쓰려고 몇가지 정보를 찾다가 이 영화를 향한 엄청난 비난의글이 쇄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영화 속 우리의 현실만큼이나 씁쓸해진다. 최근에 벌어진 이주노동자들의 범죄도 현실이고, 이를 옹호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다만 백인들의 파렴치한 성범죄 등의 범죄행위를 놓고 모든 백인들을 난도질하지 않는 것처럼, 적어도 몇 개의 사건으로 그들을 엮어서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존중과 존경이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또는 지위에서 위인 사람과 계층에 향해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사는 나라 사람과 사귀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못 사는 나라 사람과 사귀면 손가락질 받는 모습은 우리의 '고정화된 시선'이 얼마나 뿌리깊으며, 사회적 시선에서 빗겨나는 것을 두렵게 만드는 '무서움'이 느껴진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치더라도,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가득 담긴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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