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도가니 - 8점
공지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에서 아직 발간되지 않은 가제본의 책을 보내왔다. A4만한 크기의 한 쪽에 책 두페이지가 들어가게 되어 있는 이 가제본된 책은 논문같은 걸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아직 세상에 나와있지 않은 (물론 인터넷으로 연재되어 있기 때문에 찾아볼려면 볼 수도 있겠지만, 지면으로는 아직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또 다른 기쁨이기도 하다. 읽고 있는 중에 책이 발간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공지영 씨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책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읽어본 책에서만큼은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책의 주인공쯤 될 만한 인물들의 삶이 사회와 관계에서 더 이상의 출구가 없어보이는 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의 아픔과 고뇌와 싸움이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의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처한 일인 듯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 공지영 씨의 소설을 쉽게 손에 집는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건조한 듯 하면서도 심리적인 책들에 취향이 가 있기 때문에 심장을 들었다 놓는 그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나름의 결심같은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공지영 씨의 신작 - '도가니'
'도가니'라는 것은 학창시절 과학실험할 때 어떤 물질을 가열할 때 쓰이는 도구로 알려져 있다. 문학적 표현으로는 '열광의 도가니', '흥분의 도가니' 와 같이 국어사전에서는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는 탐욕의 '도가니'에 빠진 이들에게 당하고만 있던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이 그들과 대결을 펼치는 감동의 '도가니'를 보여준다. 이 두가지의 도가니는 성질이 다른 도가니인지라 하나는 깊을수록 문제가 생기고, 다른 하나는 깊이와 함께 도가니가 품고 있는 감동이 비례한다.

지난한 시절을 뒤로 하고, 강인호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그 도시 무진에 들어선다. 무진기행의 '안개'는 여전히 무진시를 뒤덮고 있어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며, 무진기행에서의 '윤희중'처럼 강인호에게 무진은 그냥 현실적이지 않은 그런 도시로 다가온다.
사업에 실패한 그는 아내의 친구의 도움으로 '자애학교'라는 농아학교의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되는데, 학교로 들어서는 첫날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아내의 부탁이었고, 딸 새미가 떠올라 될 수 있으면 자애학교에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를 피하고만 싶다.
무진에는 강인호의 대학선배 서유진이 살고 있었고, 남편과 이혼한 뒤 인권운동센터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의 둘째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 다만, 두 딸이 세상에 발딛고 있는게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강인호가 자애학교로 부임하기 전날 철길에서 죽은 아는 바로 자애학교를 다니던 농아였으며, 그의 형도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를 들어설 때 느껴지는 무거운 분위기는 분위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고, 학교를 움직이는 교장과 행정실장 등 몇몇의 실세들에 의한 아동 성폭행에 구타와 방치 등 심각한 문제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십년간 쌓여온 이런 문제들 앞에 싸움을 걸었다. 중요한 건 싸움을 건 것이 강인호라는 방문자가 아니라 바로 그 당사자인 농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서유진이 두 팔 두 발 다 걷고 뛰며, 강인호는 이제 눈에 밟히는 아이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

뿌리깊은 가부장 사회에서 고통 받는 여성(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을 지나 세상의 밑바닥에서 그 세상에게 배신당하고 짓이겨진 여성(봉순이 언니)까지 8-90년대를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 했고, '베를린'이라는 외딴 곳에서 세상과 싸우는 이들의 아픔(별들의 들판)과 사형수의 이야기(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지나 다음 정류장으로 택한 곳이 '자애학교'라는 농아학교인 것은 매우 당연한 수순으로 보여진다. 그가 이야기 하는 인물들이 세상에서의 고립과 배신으로 가슴이 가리가리 찢겨진 이들이었기 때문에 세상에서 반의도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장애인'들로 언젠가는 그의 이야기가 향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도가니는 그 중에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해일이 큰 편에 속하는 책인듯 하다. 그건 아마도 책 속에서 벌어지는 농아아동을 향한 질나쁜 어른들의 성폭행등의 행위 자체가 숨막히는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며, 그 낭떠러지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현실이 설령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현실로 다가오는 그 아픔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사회적 책임보다 '한낱 귀머거리 아이 몇 명 때문에' 무진이라는 곳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은 이들, 그리고 한 집 건너면 친인척에, 초중고 심지어 대학동문까지 거들먹 거리는 지역사회에서 당하는 이들의 편보다 죄악을 저지르는 이들의 편이 더 많다는 현실은 아이들의 아픔에서 느끼는 분노가 분노를 넘어서게 만들기도 한다.
그건 정말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고, 지금도 곳곳에서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돈이나 물질은 내놓을 수는 있어도 무언가가 변화하는 걸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이들과의 싸움은 (책의 표현대로) 단 한번 밖에 이긴 적 없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것이고, 우리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골리앗들을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지영씨는 허황한 결론으로 현실에서의 1%도 안되는 가능성을 독자들에게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있음직한 결론 '인간다움'이라는 것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어쩌면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아이들은 그 '인간다움'에 대한 '맛'을 느꼈고, 현실은 그대로일지 모르나 그대들이 변했고 주변이 변했기에 적어도 그들은 더이상 고립무원에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중간에 쉰 시간이 많아서 조금 오래걸렸지만, 책을 읽는 순간부터 끝내는 순간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책의 페이지와 함께 나의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서 책을 읽고 난 후 조금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책 읽는 사람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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