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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불신지옥
감독 이용주
출연 남상미, 류승룡, 김보연, 심은경, 장영남,
      문희경, 이창직 오지은 등
제작 영화사 아침
2009. 한국.
@ CGV




- 스포일러 있습니다.

여름이면 항상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공포영화’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름에는 반드시 한 편 이상씩 골라보게 된다.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라 대체로 한 시즌당 한, 두편정도 보게 되는데 적어도 내가 선택했던 공포영화들은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곤 한다. 올 해는 시리즈 중 유일하게 패스한 ‘여고괴담5’의 악평으로 인해 별 기대를 안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즐기게 되는 이유는, 인간심리의 한 부분 특히 인간이 두려워하는 지점이 영화에 깔리게 되고 그 심리를 읽어나가는 맛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있게 해가는 과정으로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는 그 자체로도 영화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불신지옥>. 남상미의 주연영화라는 타이틀, 영화사 아침의 故 정혜승 대표의 유작이라는 점은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은근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이유는 영화의 스토리와 구성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정 종교를 상징하게 만드는 제목은 종교와 관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문제에 집착하고 있지 않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 한 것에 대한 맹목적 믿음, 혹은 믿지못함(불신)에 대한 공포를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 의미있게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 사람들이다. 희진, 소진 자매의 어머니는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도를 넘었고, 소진의 교통사고당시 기도 때문에 소진이 나은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와 반대편에 서있는 한 인물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무속인이고 점집을 하고 있는 ‘경자’라는 인물이다.
이 둘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에 모든 것을 의지해버리는 맹목적 믿음을 보여준다. 자신들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강한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맹목적 믿음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 믿음에 약간이라도 금이 생기면 깨져버릴 수 밖에 없다. 희진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 소진을 구세주라 굳게 믿는데, 사람들로부터 당연히 배척된다. 또한 경자는 신기가 있는 소진을 알아보고, 그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이렇게 흔들려버린 믿음은 온전한 정신적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들고 그 끝은 예상대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 영화사 아침




이 둘이 맹목적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면, 다른 주변 인물들은 ‘불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라 하겠다. 옆집에 사는 수경과 정미는 모두 믿음이 부족한 인물들이다. 아픈 소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언니 이모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지만 소진의 신기를 보고 느끼는 순간 있는 그대로의 소진을 볼 수가 없다. 특히 수경은 자신의 병을 소진의 신기를 통해서 어떻게든 치료해보려고 발악하지만 모두가 다 헛수고다. 이 믿음이 부족한 둘은 ‘불신’에서 시작된 소진의 죽음을 괴로워하다 끝내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을 뛰어넘는다.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갑작스런 귀신의 등장이라던지 서투른 반전으로 인해 영화의 전개를 흐려놓는 일은 없다. 게다가 누가 범인이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추적해나가는 구성으로 영화가 전개되긴 하지만 실제로 거기에 집착하진 않는다. 오히려 하나둘씩 밝혀지는 소진과 소진의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공포’라는 것이 어디서 시작되는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맹목적 믿음과 불신은 극과극이 통하는 것처럼 맞닿아있다. 맹목적 믿음이라는 것 자체가 불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엇을 믿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불신의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거나 혹은 현재의 자신의 삶이 매우 불안정한 이들이다. 이들은 앞으로의 미래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길 바라며, 미래의 삶의 끈을 붙잡아보기 위해 소진에게 매달린다.
즉, 이들의 믿음에는 자신을 향한 믿음이 빠져있는 것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무언가에 기댈 곳을 찾게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허약한 믿음의 결과야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믿음의 연장선상에서 이 영화를 ‘사회적 공포’를 얘기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신’이 가득한 인간군상의 모습이야말로 사회가 만들어낸 모습이기 때문이다. 흔히 오늘의 시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이야기 한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는 미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믿음, 미래에도 인간의 기본권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그런 초보적 믿음조차도 불안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신은 곳곳에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고, 어떻게든 그 공포를 이겨내보려고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다. 사회적 믿음이 결여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의 구성원인 사람들을 믿을것이며,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해나갈 것이란 말인가.
영화는, 신기가 내린 ‘소진’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긴, 그를 믿어주지 못한 이들이 벌인 행위가 고스란히 자기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신이 불신을 낳는 것처럼...


ⓒ 영화사 아침




영화 <불신지옥>을 이야기하면서 배우 남상미씨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냥 호감있는 배우였었는데 <불신지옥>을 보면서 꽤 괜찮은 배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상미씨가 연기한 캐릭터 ‘희진’은 영화의 구성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를 통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긴 하지만 결정적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여러 주변인들보다 화면노출비중은 높지만 캐릭터 상의 비중은 높지 않아보인다. 때문에 연기가 떨어졌더라면 아마 죽어버릴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조건의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내고 있고 자칫 다른 캐릭터들로 집중될 시선을 그들을 묶어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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