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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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만화나 문학 등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곤 한다. 기계가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현실이 되고 있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다. 다만, 기계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일상의 환경은 이제 물과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될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비감을 느낀다.
10여년 전 눈에 흰자가 씨벌개져서 깜짝 놀라 병원을 다닌 적이 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포도막염’이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병이름조차도 생소했고 의사의 말 외에는 병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통로도 거의 없었기에 이 신기한 병명에 대한 해석을 의사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던 적이 있다. 그 중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말은, 사람의 몸에 있는 외부로부터의 감염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세균들이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채 반대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라는 비유였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갑자기 미쳐서 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는 말과 함께...
<9>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포도막염’에 대한 지난 기억을 떠올린건, 영화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다. 기술의 진보로 기계의 역할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던 미래의 어느 때, 아직 불안정한 기계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에 의해 기계에 대한 인간의 제어가 그 힘을 잃고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 영화 <9>의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만화책에서 혹은 공상과학 시리즈 같은데서 한번 쯤 접해봤음직한 이야기의 영화 <9>은 내용을 본다면 그리 특별할 것은 없어보인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지구를 구하는 캐릭터들이다. 나름 대장인 ‘1’에서부터 ‘9’까지 인간의 모습을 매우 닮아 있는 9개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모아 무적기계에 대항해간다.
“오만한 리더 1, 4차원 발명가 2, 쌍둥이 학자 3과 4, 열혈 기술자 5, 별난 예술가 6, 풍운의 여전사 7, 행동대장 8” (출처 : <9>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2009_9_9) 이 여덟 개의 캐릭터들에는 각각의 장점이 담겨있으나, 그 장점들이 무적의 기계군단과 싸우기에는 벅찰 수 밖에 없다. 이들의 힘을 모아낼 수 있는 마지막 캐릭터인 <9>의 등장으로 각각의 장점들이 모두가 발휘될 수 있었다.
영화 <9>을 보면서 인간사회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9’은 앞서 태어난 다른 이들보다는 나이도 어릴 뿐 아니라(이 또한 기계이기 때문에 나이가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경험도 부족하다. 하지만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는 것인지, 실패의 경험만 가득한 다른 캐릭터들보다 훨씬 용감하다. 그리고 ‘9’에게는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 동료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 이 두 가지는 잘못되면 큰 사고를 치게 되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에서는 가장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9’은 스스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다른 8개의 캐릭터들의 힘을 모아내는 역할을 해낸다.
아직은 기계군단의 공격을 받을 날이 가까운 미래에 생겨나진 않을 것이기에 기계보다는 인간이 훨씬 무서운 세상이다. 인간 개개인의 장점과 힘을 모아낼 수 있는 현실세계의 ‘9’의 존재가 절실해보인다.
ⓒ (주)빅버젯/ (주)테라리소스
3D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재미와 함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지퍼를 열고 안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물건을 꺼내는 장면은 마치 심장을 꺼내는 인간같은 연상을 만들어낸다.
다만,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들면서 나타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편영화로서의 이야기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9개의 캐릭터에 사연을 담고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하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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