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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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 스스로의 의지로 집을 나갔으면, 차라리 엄마를 이해라도 해볼 수 있을까. 오랜 지병 끝에 세상과 이별한 것이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해놓았을까.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실종, 여느때처럼 자식들의 집에 들르러 온 길,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하필이면 이날 남편과 떨어져서 지하철을 놓치게 된다.
벌어진 상황 자체가 엄마에 대한 무심함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일이 벌어지는 날은 돌아보면 모든 우연이 겹치게 된다. 첫째 며느리는 몇 주째 딸네 집을 못가봐서 알아서 찾아갈 수 있다는 시부모의 말에 음식 싸들고 딸네 집을 방문했고, 남편은 하필 이 날 부인과 떨어지고, 혼자 지하철을 타게 된다. 다른 자식들은 이 날 모두 각자의 일로 바쁘다.
어찌보면 우연이 겹친 듯한 이런 상황은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아니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그런 상황인 것이다. 모두는 항상 바쁘고, 남편은 언제나 부인에게 무심하다.
사라진 엄마, 엄마가 사라진 지금에서야 남은 가족들은 엄마의 존재, 그 존재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낸다. 엄마와의 추억이 가장 애틋해보이는 둘째가 책의 주인공이자, 책의 맨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다니는 거리 곳곳에서 그는 엄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시골 촌바닥에서 여자로 태어나 공부라도 하지 않으면 어찌 세상을 살아가겠냐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이제 막 서울에서 자리잡은 첫째에게 부탁까지 해가며 공부시키려고 애썼던 기억, 어릴 적 함께 간 시장에서 가장 갖고 싶은게 뭐냐는 말에 ‘책’이라고 대답하는 둘째에게 ‘꼭 필요한 것이냐’라는 한 마디만 묻고 책을 안겨줬던 기억, 가족들이 무언가를 시키려고 찾을 때, 광에 짱박혀서 책을 읽고 있을 때 모른척 해줬던 엄마의 기억들이 떠올려진다.
첫 출산, 첫 아이, 첫 학부모, 첫 서울 상경 등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고, 처음으로 그런 경험들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엄마가 말을 건네는 첫째는 둘째 못지 않게 비슷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막내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을 때여서 기쁜 마음만 주면서 키울 수 있었다고 엄마는 전한다. 그런 만큼 막내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클 수 밖에 없다.
책은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 이야기 사이에 아버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짠하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로 결혼을 했고, 농사일에 관심이 없던 탓에 밖으로만 나돌던 그는 심지어 바람이 나서 집을 떠나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보 나왔어’라는 말을 하며 돌아오는 그 자리엔 항상 아내가 있었고, 아내는 항상 그런 존재인 줄로 인식했다.
결혼하기 전에 산을 넘어 몰래 찾아간 그 집에서 결혼 안하면 안되느냐는 한 소녀를 보고, 본인도 결혼하기 싫었지만 자기마저 그래버리면 결혼생활이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을 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그런 마음이 오래가진 않았다.
자신은 아플때 항상 옆에 아내가 있어주었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돌아오면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내가 있었지만, 정작 아내가 아플때, 아내가 필요로 할 때 자신이 있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평소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는 과거는 아내를 잃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지난 과거들이 마음을 찢어놓는다. 단 한번도 이해해보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와서야 뼈저리게 후회가 든다.
책은 이들의 이야기에, 영혼이 되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가족 들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까지 가져다준다.
무심함. 이것은 기댈 곳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평생을 자식을 기르고,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도 않았던, 나이가 들어서는 기댈 곳이 자식과 손자들 밖에 없는 어머니들에게 가족들의 무심함이라는 것은 견디기 쉽지 않은 고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에서는 의도적으로 엄마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들의 무심함이 언젠가는 비슷한 일을 만들고야 말았을 것이다.
생각하고 떠올리는 것은 마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우리가 부모에게서 받았던 것을 되돌려 주는 ‘행위’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책은 늦지 않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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