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마이 러브
ⓒ (주)에임하이픽쳐스
헬로우 마이 러브
감독 김아론
출연 조안, 민석, 류상욱, 김민교, 양은용 등
제작 에임하이픽쳐스
2009. 한국.
@ 메가박스
10년 된 남자친구가 2년간의 파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프로포즈를 안고 돌아올 듯 떠났지만, 결혼에 대한 희망은 커녕 새 연인과 함께 들어온다. 호정은 10년 동안 정성을 들여 그와의 관계를 만들어놓았지만, 새로 찾아온 남자친구의 사랑 때문에 결국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남친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라면, 흔한 3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유학가서 고무신 거꾸로 신은 설정이라면 방송작가인 그의 실력으로 어떻게든 각색을 해보겠으나, (호정에게는) 불행하게도 남친의 연인은 잘생긴 훈남이었다. 동성애자로의 커밍아웃을 한 남친 원재 앞에서 호정은 어떻게든 잡아보고 싶은 지푸라기 하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영화는, 연인간의 사랑보다는 사람사이에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듯 하다. 이야기의 큰 갈등요소는 애인의 커밍아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호정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타인의 비슷한 상황을 간접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간접경험 당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의 마음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며 조언해봤던 호정은 막상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현실에서는 자기 감정이 다치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원재가 호정에게 세상의 모든 이가 등을 돌려도 호정만큼은 자신의 편일 거라 생각했다는 말은 남녀간의 사랑만 놓고 본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정말! 이기적인 말로 들린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 안에 그 기간동안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문제였고, 자신의 힘듬을 감당해내는 게 너무 어렵다는 잔잔한 호소처럼 들린다.
하지만 호정은 원재에게 절친 이전에 결혼하고싶은 연인이었기에 호정은 그런 원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새로 시작할 단 한 번의 기회조차도 차단되어버린 자신의 현실에, ‘너가 고장난 텔레비전이라면 고쳐서라도 쓰고싶어’라며 단 한 달만 자신과 데이트 하자고 절규한다.
이런 절박한 그녀의 제안을 원재는 거절할 수는 없지만, 고장난 텔레비전에 비유될 만큼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상한’ 행동으로 여기는 그녀의 말은 원재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것 같다.
ⓒ (주)에임하이픽쳐스
호정, 원재, 동화 이 셋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흔히 벌어지는 삼각관계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감내해야할 현실의 벽이 더 크다. 그런데 그런 현실의 벽이 어쩌면 이 셋의 관계를 삼각관계가 아닌 함께 살아나가는 친구 셋의 관계로 만들어주는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가장 아팠던 장면은, 우연한 사건으로 원재와 동호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고 난 후 원재의 어머니가 원재를 데리고 굿판을 찾아가서 굿을 벌이는 장면이다. 가장 이해받아야 할 가족에게로부터 가슴에 못이 박힐 일을 감당해야만 하는 그들의 현실은 적어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의리가 살아있는 세 명이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과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찌보면 이 들 셋이 모여다니는 모습은 쿨해보일 수도 있고, 부적절한 관계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오히려 그 셋의 관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10년 이상 이어온 자신의 사랑을 떠나보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의리를 다하는 호정에게는 그 박수를 한 번 더 쳐주고 싶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주저앉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깔끔한 느낌의 멜로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까지도 뭇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는 동성애라는 현실을 감싸안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는 점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