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호우시절 [好雨時節]

ⓒ 판씨네마 / 종보미디어 / 영화사 호 / 토러스필름




호우시절 [好雨時節]
감독 허진호
출연 정우성, 고원원, 김상호, 마소화 등
제작 판씨네마 / 종보미디어 / 영화사 호 / 토러스필름
2009. 한국.
@ 롯데시네마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의 허진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멜로 영화에 있어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허진호 감독 영화의 매력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일반 상업 멜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장면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의 감정들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호감을 갖게 되거나 혹은 이게 사랑인가 싶을 정도의 달뜬 감정이 든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사랑이 이뤄지라는 법은 없듯이,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한 디테일한 감정의 표현들은 '허진호'이기 때문에 영화를 찾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호우시절>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따뜻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동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찾게 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의 내공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호우시절>은 감독의 디테일한 표현과 사랑이 주는 따뜻함이 잘 묻어있는 그래서 잔잔하면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고 있다.

십수년전 미국 유학시절 친구였던 동하와 메이는 청두에서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유학시절,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사랑과 우정사이의 관계였던 둘은 동하의 귀국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사랑을 하면서 살아오던 이들, '두보'를 좋아했던 동하와 '두보초당'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메이가 두보의 고향인 청두에서 만나게 된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영화는, 어쩌면 이런 '운명'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의미를 지닌 '호우시절'이라는 제목은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운명이 아니라 사랑에도 때가 있다는, 요즘말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멘트를 떠올리게 만든다.


ⓒ 판씨네마 / 종보미디어 / 영화사 호 / 토러스필름



십수년전 어정쩡한 둘의 헤어짐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는, 메이의 대답으로 그 이야기에 답을 내린다. 귀국날짜를 하루 미뤄가면서 동하는 메이와 함께하고 싶었고, 둘은 거리를 함께 걷고 수많은 인파 속에 춤도 추고, 아이들의 바람개비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 동하는 '그 당시에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달라졌을까...'라고 메이에게 묻는데, 메이는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걸까...'라는 대답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을 대신한다.
영화를 보면서 둘의 경쾌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만, 이 단 한마디로 기대감을 버리게 된다. 기대감이 없어지더라도 둘의 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다. 오랜 친구, 가까이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이는 다시 봐도 즐겁고, 애틋한 느낌인지 둘은 그래도 오래된 연인처럼 그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늘이 보이는 메이의 과거를 알게 되어 마지막 하루의 밤을 망치게 되지만, 다음날 알게된 더 자세한 과거의 내막이 동하로 하여금 메이를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동하는 다시 청두를 찾는다.

잔잔한 멜로영화인 <호우시절>이 난 참 마음에 든다. 보는 이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들었다 놨다 하지도 않아서 좋고, 둘의 묘한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이뤄지지는 않지만 가능성까지 짓밟아가며 그건 이뤄질 수 없다고 단정짓지 않아서 좋다. 그냥 동하가 다시 찾은 청두에서 메이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게 허진호 감독의 멜로영화의 매력이지 싶다.
대나무숲이 우거진 청두의 '두보초당' 그리고 그 청두에 비내리는 모습이 둘의 사랑만큼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7) 2009/10/22
벨라 [Bella]  (2) 2009/10/21
호우시절 [好雨時節]  (20) 2009/10/17
지구에서 사는 법  (0) 2009/10/15
헬로우 마이 러브  (4) 2009/10/14
내 사랑 내 곁에  (8) 2009/10/09
|  1  | ...  175  |  176  |  177  |  178  |  179  |  180  |  181  |  182  |  183  | ...  3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