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Bella]
벨라 [Bella]
감독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출연 에두아르도 베라스테기, 태미 블랜차드, 매니 페레즈, 알리 랜드리, 안젤리카 아라곤, 제이미 티렐리 등
2006. 미국, 멕시코.
@ 스폰지 하우스 (중앙)
자동차(혹은 차)는 인간이 만든 기계 혹은 재물 중에서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거의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차로 인해 벌어지는 교통사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앞날이 눈앞에 벌어지게 되는데, 문제는 그 사고라는 것이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축구 유망주인 호세는 스페인의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 체결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하러 자신의 매니저와 함께 최고급 승용차에 승차한다. 거리를 미끌어지듯이 달리던 그와 그의 자동차는 이제 막 걸음마를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어린 꼬마아이와 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데, 차체보다 낮은 키의 꼬마아이를 그만 놓쳐버리고 만다.
자신의 차에 치인 꼬마의 주검과 싱글맘인 꼬마 아이의 엄마의 절규가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으로 박혀버린 호세는 과실치사라는 판결을 받고 4년간 복역하고 출소하지만, 이제 그는 이전의 축구유망주 호세가 아니다. 본 사람이 없으니 그냥 가자는 친구이자 매니저의 말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호세는 자신을 향해 분노와 절규를 퍼붓는 꼬마의 엄마 옆을 지킨다. 그리고 출소 이후에도 그는 4년 전 기억을 잊지 못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 가슴아파한다.
영화는, 과거의 아픈 기억과 현실이 주는 무거움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행된다. 허나 핏줄에 치우친 가족의 힘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롭게 맞아들인 가족관계와 핏줄에 의한 가족관계가 합쳐진 새로운 연대를 꾸리면서 이겨내간다.
호세가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손을 내밀고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준 이는 어머니의 표현처럼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만 다를 뿐 한 가족이나 다름 없는 그의 형이었다. 그런 호세는 자신의 동료였던 니나의 아픔을 듣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형의 괴로움을 외면하면서까지 니나를 따라나선 호세는 니나의 무거운 현실에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호세는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겪어왔던 과정을 외면하지 않고, 니나를 위해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렇게 내민 손은 호세 자신의 지난 상처를 치유해주는 ‘약’이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유연한 생각이 그 힘을 더 배가시켜주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을 니나에게 이야기하는 호세의 어머니, 입양된 호세의 형 매니와 호세의 우애, 당장 키울 수 없어서 낙태까지 생각했던 니나의 아이를 자신의 과거를 보상하는 마음으로 키워내는 호세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애정과 따뜻함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아직도 ‘핏줄’에 연연하는, 거기에 (한 핏줄로 된) 아버지, 어머니,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가족이란 여기는 시선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호세가 5년 동안 니나의 딸과 부녀지간이 되어 살아온 과정은 ‘정상’이라고 강요하는 시선에 따르면 봉사활동에 지나지 않는 모습일것이다. 하지만, 다섯 살 난 딸이 아빠라고 부르면 해변가에서 5년만에 만나는 엄마(니나)를 기다리는 장면은 그 어떤 가족보다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호세의 태도라고 생각된다. 굳이 출세까지는 아니더라도 꿈많던 젊은이가 우연히 벌어진 실수로 인생을 닫아놓은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관객이 보기에도 안타까운 모습이다. 헌데, 호세 자신은 반성과 성찰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고,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되려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호세의 그런 삶의 태도는 진정한 치유의 힘이 되고 있는 지점이다. 그의 태도는 어려운 이들에 대해 손 내밀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고 있고, 생명의 존엄을 정말 귀하게 여기게 된다.
인간의 성찰이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개인의 성찰이 이런 힘을 발휘하는데, 사회적 성찰이야말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겠는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짓밟히는 외면의 시대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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