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 뭉클 픽쳐스
여배우들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
제작 뭉클 픽쳐스
2009. 한국.
@ 롯데시네마
요즘 TV의 예능프로는 리얼이 대세가 된지 오래다. 기본적인 컨셉만 구성한다음, 그 안에서 실제 상황을 만들어내며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부분 예측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와 그런 프로를 이끌어가는 출연진들의 입담은 여러 쾌감을 전해준다. 이제 TV에서는 리얼프로가 익숙함을 지나 식상함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형식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영화로 차용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많은 이들이 해봤으리라 여겨지는데 영화 <여배우들>이 하나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완전한 실제인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실제 상황을 연출해내면서 솔직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있는 <여배우들>은 영화의 형식만으로도 꽤 새로운 맛을 더해준다.
영화의 설정이 모두 사실인지에 대해 잠깐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뿐 더러 대놓고 고현정씨와 최지우씨가 싸우는 장면이 실제라고 생각하는건 개념을 좀 탑재해야할 지점이지 싶기도하다.
어찌되었든 영화는 연출된 리얼리티쇼라는 설정을 통해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섯명의 여배우와 실제 보그 팀원들이 만들어가는 영화 <여배우들>은 보그의 표지사진과 특집기사를 위해서 모이고 촬영하는 전반부와 영화 표지속에 들어갈 소품이 도착하지 않게 되어 배우들끼리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는 후반부로 나뉘어 진다.
앞부분에서는 여배우들끼리의 묘한 신경전들과 여섯의 여배우가 모이면서 받게되는 각자의 콤플렉스같은 것들로 영화가 전개된다. 이미 많은 영화홍보 자리에서 언급된 고현정씨와 최지우씨의 결투(?)장면은 영화 전반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헌데, 이런 전반부보다는 그들이 모여 앉아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후반부가 더 눈길을 끈다.
ⓒ 뭉클 픽쳐스
영화는,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이 주는 삶의 무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긴 했는데,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배우가 있다.’는 한마디는 그들이 얼마나 고립되어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일반인들도 비슷하겠지만, 주위 동료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괜한 열등의식같은 감정이 드는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배우라는 위치라면 대단히 신경이 쓰이는 문제일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6명의 배우들은 자신들이 배우라는 명함을 달고 살아오면서 느꼈던 이런 감정들을 솔직하게 뱉어낸다.
특히 여자, 여배우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문제들은 아직도 3-50대 한국인 남성을 중심으로 움직여지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공교롭게도 결혼을 경험했던 세 명의 배우는 모두 이혼의 경험까지 함께 했고, 여배우의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험악한지에 대해 경험속에서 묻어나오는 아픔이 보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직접 경험한 아픔을 이야기해서 더 깊이있게 들리긴 하지만, 그들로부터 이야기들을 듣지 않았어도 우리는 인터넷만 열면 가쉽거리로 이야기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루에도 수십건씩 만날 수 있다. 그들 주변을 맴도는 수많은 루머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그들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글들이 삶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최근에만도 수차례 경험했다.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는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을 대하는 팬들이 좀 가벼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도록,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과 집작하는 것과의 차이를 분명히 가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왜곡된 팬덤문화는 무대에 서있는 이들에게도 피곤한 것이겠지만, 피하고 싶어도 마주치게 되는 나와같은 사람들에게도 짜증나는 일들이다.
영화가 조금 아쉬웠던 지점은 기왕에 모인거 좀 더 깊이있는 이야기가 오고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점이다. 물론 그 자리에서 첫대면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깊이있는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이야기할 듯한 눈빛을 하고 있던 김옥빈씨의 그 눈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기 때문에 경험많은 선배들의 이야기가 주가 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김옥빈씨와 김민희씨의 존재감이 뒤로 갈수록 묻히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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