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 슈 픽쳐스





사람을 찾습니다
감독 이서
출연 최명수, 김규남, 김기연, 백진희, 안장훈, 금동현 등
제작 슈 픽쳐스
2008. 한국.
@ 인디스페이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음산한 건물안 기계실에서 규남은 원영의 개가 되어있다. 심지어는 개줄에 묶인채 ‘야! 이 개**야!’라는 욕설을 들으며 원영의 폭력을 무방비인 상태로 받아들여만 한다. 보기에도 한두차례가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폭력과 길들여짐의 관계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둘의 그런 모습은 익숙하게 다가온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의 ‘개만도 못한’ 행동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를 보고나서 생각나는 건 ‘길들임’과 ‘길들여짐’에 대한 지점이었고, 원영과 규남의 관계는 길들임과 길들여짐의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규남은 원영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으면서 원영의 분풀이 상대가 되어야 하는 처지이다. 그런데 마을마다 한 명쯤 존재하는, 사람들이 피해다니며 마주치기를 꺼려하고 동네 꼬마들의 놀림감이 되어야만 하는 처지인 규남을 상대해주는 유일한 인물도 바로 원영이었다. 원영은 규남에게 개를 찾는 전단지 붙이는 일을 맡기면서 수고비로 몇천원씩 건네주고, 그것으로 규남은 생활을 이어간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렸을 적에 납치되다시피 들어온 농가에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주인의 노예가 되어버려 이제는 거기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의 모습을 뉴스나 시사프로에서 보았던 적도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실은 영화 속 원영과 규남의 관계와 유사하다.
길들임이라는 것은 무력해짐을 뜻하기도 한다. 부당한 처사가 부당한지 안한지에 대한 분별이 없어지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애완견들의 모습과 길들여지는 규남의 모습을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규남의 처지가 그 애완견들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헌데, 이런 둘의 관계는 원영의 심경변화로 급격히 어긋나버린다. 동네의 개들이 연이어 없어지고, 심지어 사람마저 사라져버리는 상황, 심지어 원영과 불륜관계에 있던 인애의 애완견마저 사라지더니 끝내 인애마저 실종된다. 이런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지다보니 원영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전단지를 붙이기 위해 개를 훔치거나 죽이고, 심지어 사람마저 납치해가는 엽기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규남의 삶의 방식은 바로 원영이 만들어낸 방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원영의 폭력과 몇푼 안되는 돈에 길들여진 규남의 생존방식이었던 것이다. 즉, 원영의 폭력이 규남의 삶의 방식을 만들었고, 그런 규남의 삶의 방식은 다시 변화된 원영을 죽음으로 몰고간다.
규남에 의해 살해되는 원영을 보면서 누가 누구를 길들인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되는데, 아마도 길들임이라는 것은 주와 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폭력이 순환되는 원리도 이런 길들임의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슈 픽쳐스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는 캐릭터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화이며, 독립영화다운 독창성과 실험적인 모습이 잘 살아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사실 ‘개만도 못한’ 인물은 원영이라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런데 불륜, 폭력, 원조교제까지 막장인생을 살아가는 원영을 대놓고 비난하거나 격하게 미워하는 주변인물이 없다는 것이 눈에 띤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을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한 캐릭터가 원영이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개가 가장 소중한’ 인물 인애라는 캐릭터도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의 딸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심지어 아동보호소 같은 곳에 맡겨버릴 정도인 인애는 자신의 애완견에게만큼은 온 정성을 쏟는다. 자신을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원영을 심적으로는 경계하지만, 그와의 섹스에 탐닉하는 것 또한 인애라는 캐릭터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치 자신과 닮아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거부반응과 그들과의 교감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이 주기만 하면서 만족을 느끼게 되는 애완견에게 정성을 쏟게 되는 듯 하다.
규남이라는 인물은 원영에 의해 길들여진, 원영이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가 눈을 부릅뜨라고 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원영의 사업을 방해하는 앞집 부동산 할아버지를 규남에게 대입시켜 때리는 과정을 겪고나서는 그 할아버지를 납치해간다. 그야말로 주인에게 길들여진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헌데 규남이라는 캐릭터는 원영에게 길들여졌다기 보다는 주인이 혹은 그에게 어떠한 관심이라도 보여주는 이가 필요했던 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이유는 영화 후반 규남이 원영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나타나는데, 자신을 길들이던 그 모습이 사라진 원영은 규남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즉, 규남에게는 폭력으로 인한 고통보다 사회속에서의 소외감이 더 큰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회색빛으로 마무리되는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은 ‘개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가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로 바뀌는 현실의 비감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독특한 세 인물의 캐릭터들의 권력관계와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길들임과 길들여짐이라는 모호한 경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독립영화라는 틀만이 지닐 수 있는 실험적이면서 독창적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잘 만든 독립영화 한 편이 열 상업영화 안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덧.
우연히 감독님과 주연배우 최명수씨, 김기연씨가 참여한 GV를 함께 하게 됐다.
사실 뒤에 약속도 있고 해서 영화만 보고 나오려했는데, 영화가 너무 인상적이라서 그냥 눌러앉게됐다.
영화 속에서 규남이 개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개사료를 먹었다는... 컥.
그리고 규남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김규남이라는 배우에 대해 궁금했는데,
실제 배우이고 대학로에서 현재도 공연중이라고 한다.
좋은 영화를 만나게 해준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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