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 루스 이 소니도스
페어러브
감독 신연식
출연 안성기, 이하나, 윤승준, 김정석, 유인나, 이현호 등
제작 루스 이 소니도스
2009. 한국.
@ 씨너스 단성사
안성기씨의 주연영화라는 이유가 개인적으로 더욱 관심이 가는 영화 <페어러브>는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로맨스영화다.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로맨스, 게다가 친구의 딸이라는 관계는 사실 매우 자극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영화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로맨스의 자극보다는 그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감정과 아픔, 그리고 행복감에 대한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속물적인 사회분위기는 당연히 원조교제를 연상시킬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사랑은 타인에게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남얘기 하듯이 사랑은 국경, 나이, 종교, 인종을 초월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그런 일이 생기면 도시락 싸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형만이 말하는 대사처럼 도덕성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며,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이들의 사랑을 말릴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영화가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고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외부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보편적이지 않은 이들의 사랑은 당연하게도 주위 시선을 신경쓰게 만들고, 또 가까운 이들은 그들의 사랑을 비도덕적인 사랑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형만과 남은은 그런 외부시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영화가 만약 외부의 방해와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으로 그려졌다면 정말 평범한 영화도 되지 못할 뻔 했겠지만 다행히도 <페어러브>는 형만과 남은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여러 이유들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있는 형만을 향해 남은은 ‘내 마음 다 알면서 왜 그러냐’는 질문으로 겉돌고 있는 형만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둘은 연애경험이 없어서 서툴지만 서로에게 애타는 마음을 키워간다. 대부분의 연인관계가 그렇듯이 그런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외부적 환경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에 있었다. 변화하는게 어쩌면 두려운 나이의 형만이 남은에게는 아직도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 ‘같이 아파하고, 같이 성장해갔으면 좋겠다’ (정확한 대사는 아님) 라는 남은의 말은 영화가 이야기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라 생각된다. 그런데서 공허함을 느끼는 남은에게 항상 외롭다는 감정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겠고, 공감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 루스 이 소니도스
둘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한 이 영화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둘의 사랑이 발전되어가는 과정도 딱히 와닿지 않는데, 갑자기 헤어지고 다시 시작하자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시선과 지인들의 만류장면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에도 꾸준히 등장하면서 관계의 본질을 흐리는 느낌을 주고, 형만의 조카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지만 그게 뭔지도 모호하다. 거기에 둘의 관계가 변화되는 과정이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흠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흑백필름과 서울의 허름한 골목들이 사진으로 찍히는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지만,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리 예쁘고 멋진 화면들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서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영화다.
영화 <페어러브>는 한 편의 사진첩 같다. 형만의 직업이 카메라 수리기사이기도 하고, 왠많한 사진작가들보다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게 이유이겠지만, 영화의 장면장면들이 멋진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친 느낌의 흑백사진과 색깔이 멋들어진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듯한 영상은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기도 한다. 그리고 오래된 필름카메라와 LP 등의 소품들은 형만의 성격과 이미지를 완성시켜주는 맛도 있다.
그래서 영화의 이야기가 더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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