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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Sauve moi]

구해줘 - 8점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밝은세상



목록에만 올려놓고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작가와 그들의 책 리스트 중에 오랜 시간동안 기욤뮈소라는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의 책을 집어들려고 할 때는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라는 고민이 생기게 된다.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75주 연속1위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욤뮈소의 <구해줘>는 베스트셀러를 좇아 읽는 독서습관이 아니더라도 처음만나는 작가의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안전장치가 되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나의 기욤뮈소와의 첫만남은 <구해줘>라는 책과 함께 시작되었다.

책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보는이를 끌어들인다. 개인적으로 속독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관계로 책 한 권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편임에도 이 책은 읽기 시작했는데 이미 반을 넘어가고 있었고, 다시 집으니 끝을 본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샘과 줄리에트의 로맨스에 그레이스와 루텔리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진 로맨스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의 죽음이후 피폐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샘은 폭설이 내린 뉴욕시내에서 아주 우연히 줄리에트를 만나게 된다. 이틀후 프랑스로 돌아가려는 뉴욕유학생 줄리에트와의 만남은 그 시작부터가 우연이었고, 돌아가는 비행기의 폭발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줄리에트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샘과 함께 만들어간다. 죽음의 사자로 현실에 내려온 그레이스에 의해 샘은 줄리에트와 며칠의 시간밖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그 순간들을 생의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다한다.

책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그 운명앞에 놓인 사랑의 위대함을 그려내고 있다. 운명을 소재로 다루는 글이나 영상 작품은 흔히 운명론에 빠지거나, 혹은 억지감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구해줘>에서 다뤄지는 사건의 전개는 특히 매우 우연적이어서 책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혹은 몰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폭설에 자동차사고, 그것도 단 한번도 거닐던 곳이 아닌 공간에서의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가 우연의 연속일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각자의 에너지를 다해서 보낸 이틀의 시간이 흐른 후 프랑스로 돌아가는 줄리에트에게 일어난 비행기 폭발사고와 거기서의 유일한 생존,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의 사자와 그의 딸을 구하려는 샘과 루텔리, 그레이스의 모습은 3류 막장드라마의 소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기욤뮈소의 <구해줘>는 그런 지점을 절묘하게 벗어나고 있다. 특히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이뤄가는 샘과 줄리에트의 모습은 소재의 자극성을 가라앉히고 두 주인공의 심리로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믿음이 충만해보이는 이 작가의 책을 보다보면, 사랑의 위대함이 자연스레 느껴지게 된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믿음은 별개로 치더라도 그런 믿음을 한 번, 잠깐이라도 가져본 사람이라면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책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첫 눈에 반해버린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10년전 죽음을 통해 헤어질 수 밖에 없던 연인인 그레이스와 루텔리의 사랑이야기에도 주목하게 만든다. 두 커플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만이 온전한 사랑이라고 설파하기라도 하는냥 열정적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서로를 사랑해간다. 사랑과 결혼에도 스펙이 중시되고 있는 오늘의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로망이 담겨있어서 책장을 덮을땐 더없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나는 정해져있는 운명이라는 걸 믿지는 않는다. 다만 세상의 수많은 일들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 우연을 자기 삶으로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수많은 삶의 모습들 중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운명이라는 것도 자기 앞에 다가오는 우연들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겠다. 어찌보면 <구해줘>라는 책은 대단히 운명론적인 사랑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아래에 깔려있는 지점은 나의 이런 생각과 맞닿아있는 듯 하다.
책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그만큼 장면에 대한 서술이 매우 시각적이고, 주인공들의 심리라든가 사건, 사물의 내면 등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표현되어지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는 이런 서술방식이 이 책에 대한 흡입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나면 한 편의 스릴러로맨스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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