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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 1,2



경계도시
감독 홍형숙
출연 송두율, 장정희
제작 서울영상집단
2002. 한국. 다큐멘터리
@ 씨네코드 선재

 


2003년 그 해 가을 한국 사회는 때아닌 빨갱이 사냥과 엄청난 색깔논쟁이 벌어진다. 그 중심에는 재독철학자이자 뮌스턴 대학교수였던 송두율 교수가 서있었다. <경계도시>는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고, 1편은 그가 귀국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에 찍은 영상으로 인간 송두율에 집중되어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수많은 장기수 선생님들이 북으로 송환되었고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의 활동 등으로 인해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에서 좌익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던 때이다. 영화에서도 송두율 교수 등 간첩으로 몰려 외국국적을 지닌 채 고향을 등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던 이들에 대한 귀국을 추진하는 과정이 하나의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한다.

<경계도시 1>은 2000년 故 문익환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제5회 늦봄 통일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두율 교수의 귀국 추진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000년 여름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남북 화해의 기운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던 시기이다. 그런만큼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가지는 의미는 한 개인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지난 과거를 재평가 혹은 수용해낼 수 있는 문제로 될 수 밖에 없다. 추측하건대, 통일상 수상자 선정의 과정이나 귀국추진의 의미도 어두운 좌우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시대에 맞는 시대인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으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남측의 대통령이 방북을 하고 서로 화해, 협력하자는 선언문에 싸인을 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레드컴플렉스는 여전했고, 협소한 이남의 사회적 관점은 송두율 교수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준법서약서 없이는 귀국할 수 없다는 국가정보원의 방침에 따라 송두율 교수의 귀국은 또 다시 좌절하게 된다.

귀국 예정일 아침에 귀국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는 송두율 교수와 장정희 선생의 눈물과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며 표용력없는 사회의 협소함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어느 나라에 살건 실정법을 위반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은 사법제도 차원의 문제이지 그것을 지킬 것인지 말것인지를 미리 확약받아야 하는 건 한마디로 타인의 사상을 의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준법서약은 생각을 가두는 또 하나의 감옥에 다르지 않다.
인간의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보안법이 지니는 본질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정확하지도 않은 사상범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는 그만큼 경직된 사회라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길고 길었던 권위주의 시대와 그 시대의 잔재들로 인해 아직도 우리는 송두율 교수와 같은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지난 시기의 윤이상 선생님과 같은 분들은 전 세계의 극찬을 받던 음악인이었음에도 오로지 그의 고향인 한국에서만 등을 돌렸다. 한국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윤이상 선생님의 탄원운동이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활발했음은 우리 역사와 사회가 얼마나 협소한 인식 속에 움직이고 있는지를 뒤돌아봐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영화는, 송두율 교수의 일상에 밀착하면서 그가 겪었던 지난 30여 년 간의 국외생활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꺼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지 못하는 국가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국가의 방침에 개인을 맞추라는 것은 또 하나의 집단에 의한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고향땅을 향한 진한 향수가 귀국당일 아침에 무너져버리는 과정을 보면서 송두율 교수와 장정희 선생의 허망한 시선만큼이나 사회에 대한 허망함을 느낀다.


 




경계도시 2
감독 홍형숙
출연 송두율, 장정희 등
제작 씨네마 달
2009. 한국. 다큐멘터리
@ 씨네코드 선재

 

<경계도시 2>는 송두율 교수가 2003년 귀국했을 당시부터 구속될 때까지의 한 달여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홍형숙 감독님은 <경계도시>의 에필로그와 같은 느낌으로 촬영에 들어갔는데, 귀국후 며칠이 지나면서 사건이 엄청난 회오리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건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송두율 교수의 귀국을 둘러싼 국내 분위기는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되었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2000년대의 빨갱이 사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감독님도 GV중 짧게 언급하셨지만,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이런 결말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아마도 참여정부와 국정원의 일부와는 일정의 협의가 있었던 문제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금은 급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게다가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귀국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헌데 2003년 당시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시대와의 잔재들과의 싸움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던 시기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존 검찰의 세력과의 맞대결을 펼치던 때였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그에 동조하는 일부세력이 이미 합의된 지점을 뒤엎는 수사를 펼치지 않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봤자 십년 가까이 지난 일이고,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어찌되었던 송두율 교수의 귀국후 벌어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당시 세력싸움의 한가운데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경계도시 2>는 전편인 <경계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개된다. 어쩌면 감독이 의도했던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진행하는 과정과 영상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영화도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영화 속의 감독의 나래이션 또한 쉽지 않은 상황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허문영 평론가님이 전편은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가 매우 밀착되어 있는 반면, 2편에서는 그 거리가 많이 떨어져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런데 전편보다 2편에서 관객과 영화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이 상당히 공감가는 말이고 1,2 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시점과 소설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지점에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경계도시 2>의 매력중 결정적인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큐멘터리라는 영화의 경우에는 감독의 시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지점을 담아낼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점을 포착하고 영상으로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게다가 수많은 팩트들을 담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감독이 어떤 시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내는가가 결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계도시 2>의 경우에는 되려 카메라가 혼란을 겪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당시 한국사회가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던 것처럼 카메라 역시 그 소용돌이 외부에서 관찰자로 사건을 대할 수 없었고, 그 소용돌이 속에 직접 뛰어든 상황으로 인해 영화는 더 많은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고 먹먹한 기운을 고스란히 전해주기도한다. 아마 당시의 정황을 정리해주는 영상이었다면 감동은 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계도시 2>는 보는 내내 가슴이 저며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반성과 한국사회의 광기에 대한 분노, 변하지 않은 현실과 변해야할 미래에 대한 성찰까지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진보진영과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반응과 송두율 교수의 대응과정이다.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극우보수 언론들과 검찰 등 한국사회 보수세력들의 결집처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마냥 '간첩'이라는 붉은 딱지를 곳곳에다 붙여놓고 사람들의 생각을 마비시켜버렸다. '분단 이후 최고지위의 간첩'이라는 이미지는 송두율 교수를 단정지어버리는 이미지가 되어버렸고, 경계인이 되고자 했던 송두율 교수의 모든 것을 공격하는 논리로 작용되었다. 한국사회의 광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현실에 비감이 느껴지지만, 그보다 그에 반응하는 진보진영과 지식인들의 대응이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레드 컴플렉스에 젖어있는 이 사회에서 '간첩'이라는 딱지가 붙은 이를 옹호하는 건 진보진영이나 지식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나 보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수진영의 공격속에서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다. 대응을 못한 무능보다 대응을 회피한 비겁함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생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 라는 볼테르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7년 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된다. 당연하게도 영화를 본 이들이 각자의 생각과 감상을 지니고 영화관을 나서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 어딘가에 숨어있을 자기자신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또한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고, 화면에서 고개를 내리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자신과 대면하고 반성하고, 성찰해낼때 이 영화의 사회적의미는 커질 것이라 믿는다.

2009년 최고의 독립영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똥파리>, <나무없는 산> 등의 수작들을 제치고 상을 받을 정도였으면 어떤 영화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영화를 본 후 1%의 의문도 생기지 않을정도로 영화가 좋았다. 영화적 세련미가 좀 부족할 수 있겠지만, 질척이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에서 세련됨은 오히려 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가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들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이 던져지는 것은 아닐것이고, 각자에게 던져진 질문에 최선을 다해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의 의미는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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