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Invictus]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Invictus]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원작 존 칼린
출연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스콧 이스트우드,
    랭글리 커크우드, 토니 크고로케, 그랜드 로비츠,
    보비 헤나, 패트릭 모포켕 등
2009. 미국.
@ CGV



언제부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으로 가게 만든다. 1930년생 80세의 이 할아버지가 아직도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를 찍는 것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어쩌면 지금 보는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새 영화를 찍고 있어서 <인빅터스>가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80세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클린트 옹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영화 <인빅터스>는 감독의 전작인 <그랜토리노>에 이어 인종문제를 중심에서 다루고 있다. <그랜토리노>가 백인의 입장에서 자신들과 다른 인종들에게 던지는 용서화 화해의 메시지 성격이 강했다면, <인빅터스>는 반대로 백인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그리고 클린트 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의 실화를 통해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 아마 실화가 아니었다면 관객들에게 던져지는 감동도 메시지도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인빅터스>는 대통령이 된 만델라 대통령이 이전의 적이었던 백인들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그들을 포용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실화이기 때문에 감동적일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백인우월주의가 판치고, 인종간 분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설픈 메시지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존 칼린의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인빅터스>는 넬슨 만델라의 업적을 구구절절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이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그의 정신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구는 남아공의 흑인들이 경멸했던 백인들만의 스포츠 '럭비'를 통해서였다. 많은 이들이 한 명의 흑인을 제외하고 모두 백인으로 이뤄진 남아공의 럭비팀 '스프링복스'의 명칭과 엠블렘, 구성등을 바꾸려고 할 때, 만델라는 그것을 반대하고 국민들의 스포츠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어두운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청산하는 문제와 공존의 문제는 매우 미묘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둘 모두를 포기할 수 없기도 하지만, 두 문제를 함께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영화에서도 많은 흑인들이 지난 과거에 대한 청산의 문제를 꺼내고 있고,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실제로 백인들에 의해 사회의 바깥쪽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심지어 많은 이들의 목숨이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청산의 문제보다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더 크게 제기하고 있고, 이는 어쩌면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의 큰 고민거리였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 문제로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성과를 냈느냐는 것을 중심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인빅터스>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저런 포용의 정치가 실패로 돌아갔다면, 많은 이들의 화살이 되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럭비를 통해 화합해가는 소중한 경험을 했고, 넬슨의 재임시기 만들어진 새 헌법은 전세계의 모범적인 헌법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우리의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추상적인 명시인데 반해, 그들의 헌법 제1조에는 인종차별반대, 성차별 반대라는 문구까지 명시가 되어있는 매우 구체적인 헌법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치'라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 같은 시기에 개봉한을 한 이유로 <밀크>와 비교되는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밀크>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살기위한 정치를 펼치는 반면, <인빅터스>의 넬슨 만델라는 그런 시기를 이미 지나 권력을 갖게 된 입장에서 포용과 용서의 정치를 펼친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하비 밀크와 넬슨 만델라의 정치방식은 매우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하비 밀크는 시의원에 당선된 후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교직내 동성애자를 축출시켜내자는 법안에 맞서 싸우면서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이슈에 다가서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지만, 그는 되려 모든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고 현실에서부터 인정받기 위해 싸울 것을 호소한다. 하비밀크와 동성애자들에게 위의 법안과 같은 문제는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때문에 어설프게 지지를 받는 것보다 정확한 세력을 형성하고 맞서 싸워야 했던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인빅터스>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후, 흑인들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인들을 감싸 안으려고 한다. 이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도전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전선을 긋고 싸워야 했겠지만, 집권 이후에는 백인들이 지니고 있는 세력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집권이후에도 계속 싸워서 온전히 흑인들을 주류로하는 국가를 완성시켜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방향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생존을 위해 싸웠던 시기를 넘어서서 이제 새로운 국가를 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 확고히 서있는 넬슨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는 지점인 듯 하다. 때문에 그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방식을 넘어서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하나다라는 슬로건 속에 한 때 적이었고, 여전히 적대적인 백인들을 애써 품에 끌어들인다.
우리는 종종 도전자의 입장에 서있는, 생존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이들에게 포용을 강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집권자의 포용의 정신을 외면하고, 오로지 왔던 그대로의 갈길을 종용하는 장면들과 만나기도 한다. '정치'만큼 메뉴얼이나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래서 단편적인 사건이나 행위들을 놓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치인 혹은 정당이 지니고 있는 철학과 마인드를 놓고 전반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스포츠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순기능의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가 지니고 있는 이면에는 국민들의 관심을 스포츠에 집중시켜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거나, 정치에 대한 불만을 스포츠로 메워보려는 의도들이 보인다. 또한 거대 스포츠 이벤트 뒤에는 국민들에 대한 착취가 들어있게 마련이며, 이벤트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온갖 정치로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주의를 강조하며, 근거없는 애국심을 들먹이게 되는 것이 국가대항 스포츠 이벤트의 허점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 <인빅터스>는 스포츠와 정치가 결합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런 역기능보다는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정치적 문제를 럭비라는 스포츠 표면으로 끌어내면서 정치적의도를 달성해가고 있다. 정치적 의도를 가리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럭비라는 스포츠 자체가 국가의 최대과제였던 화합의 문제의 중심에 서있었던 것이다. 만델라 대통령이 럭비팀 주장에게 전해준 '인빅터스'라는 싯구는 어쩌면 국민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았고, 그들이 우승에 대한 기적을 바라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과거를 딛고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려고 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기적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원작 에세이를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내용은 존 칼린의 의해 정리가 되어있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랜토리노>에 연이은 영화 <인빅터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랜토리노>를 보고 영화를 통해 유언을 남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영화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관에서 흐르는 눈물은 실제 이야기의 감동도 있겠지만, 아마도 자기 고백과 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언자 [Un Prophète]  (7) 2010.03.21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1) 2010.03.12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Invictus]  (16) 2010.03.10
클로이 [Chloe]  (5) 2010.03.08
밀크 [Milk]  (8) 2010.03.06
러블리 본즈 [The Lovely Bones]  (11) 2010.03.03
|  1  |  ···  |  65  |  66  |  67  |  68  |  69  |  70  |  71  |  72  |  73  |  ···  |  380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