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 노근리프로덕션




작은 연못
감독 이상우
출연 신명철, 전혜진, 박채연, 이대연, 박지아, 최종률, 김승욱, 김뢰하, 박명신, 이성민, 문성근,
       박광정, 최덕문, 강신일, 문소리, 정석용, 유해진, 박노식, 송강호, 박원상 등
제작 노근리프로덕션
2009. 한국.
@ 씨네코드 선재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개봉된 영화 중 관람하지 못해서 가장 아쉬웠던 영화가 바로 <작은 연못>이었다. 노근리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과 수많은 배우들이 우정출연을 했다는 점이 관심을 끌게 만들었는데, 대학을 다닐 당시 한참 한국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미군 혹은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이었다. 그 중 노근리 사건은 대표적인 미군에 의한 학살사건이었고, 2000년대 초반 그 사실이 밝혀지고 있었을 때에도 매우 관심있게 지켜본 일이었는데 영화로 개봉된다니 극장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영화가 다시 재개봉하게 되어 극장을 찾게 되었다.

영화는 당시의 사건을 그대로 재현해내는데 많은 공을 들인 듯 하다. 실화가 영화로 각색되는 경우, 많은 작품들에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하게 집어넣는 것과는 달리 영화 <작은 연못>은 일상을 살아가는 농부들과 노근리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동요경연대회에 출전하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담겨있고, 출산을 앞둔 어미의 모습도 그려져 있으며, 주인집 딸을 사모하는 청년의 얼굴이 비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들이 일상을 넘어서지 않고 사건이 주는 충격에 다른 절절함을 애써 담아내려고 하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앞에서 그런 드라마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그리고 그런 아픔이 없는 이들이 또 누가 있겠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영화는 노근리 학살사건이 일어난 며칠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 노근리프로덕션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사건이 주는 충격은 좀 덜할지 모르나, 영상으로 전해져오는 감상은 '먹먹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은 어쩌면 적, 아간의 대결이 아니라, 총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간의 싸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눈 앞에 있는 이들이 아무리 힘없는 평범한 백성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상부의 명령이면 그들에게 총구를 향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왜 죽어가야만 하는지도 모른채 날라오는 총탄에 힘없이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총을 갖지 못한 자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영화는, 왜곡되었던 혹은 밝히지 못했던 진실을 꺼내는 의미도 있겠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아니, 전쟁이라는 역사가 단 한 번도 일반 백성의 이익과 안위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는 걸 보면 그런 질문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다. 그래서인지 총을 가진 자들이 총을 갖지 않은 자들과 상대적으로 약한 총을 지닌 이들을 공격하고 장악해가는 과정이 전쟁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영화가 던져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나서 먹먹한 감상이 드는 이유는 전쟁과 이유없는 학살의 충격도 충격이겠지만 그보다 더한건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먹어야 하며, 애를 낳아야 할 수 밖에 없고 갓 태어난 아이는 젖을 달라며 울어대고, 그 소리 때문에 총탄이 날라온다며 다그치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갓 태어난 아이를 물 속에 쳐박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몇 년 만에 겨우 고향을 찾은 꼬마 남매들이 처음으로 하는 말인 '배고프다.'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무언가에 맞은 듯,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다.
많은 이름있는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들의 용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제한적인 생각과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끼기에 그들의 출연은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전쟁을 미화하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진실'을 알리는 영화가 지금이라도 스크린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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