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聽說]

ⓒ 스폰지이엔티




청설 [聽說]
감독 청펀펀
출연 펑위옌, 천이한, 천옌시, 나북안, 임미수 등
2009. 대만.
@ 씨네코드 선재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청설>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를 지닌 이들의 로맨스 영화다. 부모의 가게를 도우면서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을 싸게 파는 아르바이트를 겸하고 있는 티엔커는 수영장에서 양양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양양은 언니인 샤오펑이 패럴림픽에 나가서 우승하는 걸 꿈꾸는 아이이며, 그걸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잊은채 살아가고 있다. 언니 샤오펑을 사이에 두고 첫 만남을 갖게 된 티엔커와 양양은 서로의 애틋한 감정을 키워나가고, 다른 많은 연인들처럼 데이트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언니에게 생긴 사고로 인해 둘은 급격하게 멀어지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들의 패턴에서 큰 새로움 같은 건 없다. 다만 이들이 알콩달콩 만들어가는 사랑의 나눔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하고,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만들기도 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지닌 영화 속 재미만으로도 영화는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런데 영화 <청설>은 일반적인 로맨스에 청각장애라는 소재를 더했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점이 이 영화가 지닌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신체적이든 환경적이든 둘의 사랑과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는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스토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신파적인지 아니면 진정성있는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는 연출의 문제일 것이고, 스토리 자체는 기본적인 감동을 지닐 수 밖에 없다.
헌데 이 영화는 그 점을 가져다놓긴 했지만, 결국은 아쉬운 결론으로 끝을 맺어버린다. 나름의 반전으로 채택된 것 같은 이 영화의 결론은 양양이 결국 청각장애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수화로 대화를 나눴지만, 그것은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지 결국 그들의 장애는 아니었다.

ⓒ 스폰지이엔티



솔직히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떤 현실적 어려움에 처하고, 이를 이해하고 함께 넘어서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도 티엔커를 청각장애인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양양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내 스스로도 그 점이 부각되길 바랬던 것 같다.
결국 영화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 보다는 쉽다'라는 티엔커의 말로 정리되고, 그 둘이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린다. 그런데 이런 결론 앞에 '말처럼 그게 그렇게 쉬울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현실은 냉정하고, 티엔커의 부모처럼 자식의 여자친구를 위해 수화를 배울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장미빛으로 결론을 맺고 있는 이들의 사랑 앞에 정말 비현실적이다라는 탄식밖에 나오질 않는다. 내가 삐딱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장애'라는 문제를 영화가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영화는 꽤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일정정도 부각되어 있는 점이지만,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장애'라는 문제로 인한 갈등은 보호가 아닌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매우 의미있는 영화 속 제기였지만, 그런 점이 연속적으로 전개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티엔커와 양양의 일상을 잘 살펴보면, 직장 문제로 고민하는 20대의 모습도 비춰지고 있다. 양양은 온갖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시피 하는데 그가 하는 길거리에서의 마임은 마음이 짠해지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점들도 그들의 아픔과 고민이 담겨져서 이어진다기 보다는 그냥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고나서 반전에 집착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오히려 양양이 청각장애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영화 초반에 (관객에게만이라도) 알려주는 방식을 택했더라면 영화는 더 많은 내용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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