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인셉션 [Inception]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셉 고든-래빗, 와타나베 켄, 엘렌 페이지, 마리안 꼬띨라르,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딜립 라오 등
2010. 미국, 영국.
@ CGV

 

 

<메멘토>,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어서 만든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가 등장했다. 전작인 <메멘토>가 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파고들었던 영화였다면, 시작, 발단 정도의 뜻을 지닌 영화 <인셉션>은 인간의 무의식과 꿈이라는 주제로 더욱 발전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및 그의 팬들의 입에서 이름만큼이나 논란을 불러오는 감독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오르내리지만, 이런 의미의 칭호와 논란은 감사하게 즐겨주고 싶을 뿐이다. 그만큼 그의 영화는 상업영화가 강점을 지닐 수 있는 스펙타클과 감독 자신의 상상력과 철학이 잘 어우러져있는 영화이고, 기다려질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두시간 반이라는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자신의 긴장감을 흐뜨려뜨리지 않고 끝까지 유지시켜간다. 거기에는 조금은 난해한 소재를 그냥 소개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깊이 파고 들고 있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점도 일정의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두 번 보게 됐는데, 두 번 째 보면서 대사 하나하나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다 이어져 있고, 이후의 복선과 단서로 제공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이 때의 희열이란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새로운 묘미였다.
영화를 본 지인들의 반응들도 대부분의 관객들의 반응처럼,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과 좀 어렵다는 반응들로 나뉜다. 물론 둘 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데 어렵다는 의견은 개인적으로 영화의 현실성과 그 안에 들어있는 과학적 증명의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넘겨짚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내용을 좀 더 세세히 이해할 수 있었던 두 번째보다 첫 번째의 감동이 훨씬 컸다. 어차피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독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모두 다 이해한다는 것은 마치 어떤 과학적 증명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와 구성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과학적 증명을 모두 이해해야만 영화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영화가 지루해지는 부분은 이런 내용을 너무 세세하게 설명하는 과정때문 아니었나 싶다. 나 또한 대사를 통한 설명들이 너무 구구절절 나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로 인도하려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꿈을 공유하고,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고, 꿈 속에서 무언가를 바꿔내기 위한 혹은 어떤 중요한 정보를 빼내오기 위한 대결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컨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기업의 상속자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의 생각을 바꿔내오는 것이 코브 팀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이런 설정 자체부터 사회적이며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줄거리일 수 있지만, 영화가 출발하고 있는 소재와 상상력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들을 다루고 있다.
21세기라는 시대가 무색하게 아직도 총과 군홧발로 벌어지는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뒤에서 '전쟁'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눈가림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정보에 대한 전쟁일 것이다. 그리고 이건 현대사회의 경쟁에서 도태되느냐 아니면 성공하느냐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단어만 붙이지 않았지 그 어떤 전쟁보다 훨씬 잔인하기도 하고 생사를 놓고 싸우는 치열함도 들어있다.
영화 <인셉션>은 이런 소재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꿈을 공유한 후 그 꿈 속에서 무의식 어딘가에 깊숙이 숨어있는 한 인간의 개인정보를 꺼내오는 일을 해내는 것이 추출자, 코브와 그의 동료들이 하는 일들이다. 영화로 보면 그냥 재밌는 설정이라 여길 수 있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등골이 오싹해져옴을 느끼게 된다. 나의 모든 것들을 드러내야 하며, 저 심연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샅샅이 훑어내버린다는 점은 상상도 하기 싫은 점이다.
그런데 어쩌면 현대사회의 수많은 도구들은 이런 개개인의 일상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만 먹으면 개개인의 웹 사용내용과 기록들까지, 거리를 움직이면 수많은 도시의 cctv들 속에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기게 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사회는 꿈 속에서 한 인간의 생각을 훔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영화는 거기에 생각을 바꿔놓는 일까지 감행한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는 그 과정이 꽤나 스릴있다. 여기서 말한 스릴은 영화의 내용 전개의 스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가 하는 문제를 매우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것은 그들이 겪어온 세상의 경험이라는 것들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비슷한 생각들의 변화는 10년 후, 그리고 또 다른 10년 후를 겪으면서 자신들마다의 생각들로 채워나가게 된다. 이렇게 변한 것을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칭하기도 하고, 가치관이라 여기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이 어느날 문득 자고 일어나보니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만큼의 세월동안 경험하고 배우고, 학습한 것들의 총체가 묻어나는 것이겠다. 때문에 생각을 바꾸는 과정도 그 생각을 만들어줄 수 있는 본질적 문제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본질을 바꾸기 위해 생각이 변하게 되는 당사자인 피셔의 주변을 새롭게 구성해가고 있는 점은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개인적으로 소름돋을 정도로 치밀함을 보여주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꿈 속에 들어가 인간의 사고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결정적 사건을 만들고 당사자에게 감동을 주면서 변화를 이끌어낸다.

새롭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화를 갈망하는 현재의 많은 이들에게는 꽤 큰 희열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 <인셉션>은 이런 희열과 함께 영화의 짜임새마저 만족스러워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적 새로움도 좋았지만,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밑바닥에 깔린 설정이 꽤 인상적이었다. 현실의 이런 문제들을 영화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영화는 꽤 슬픈 이야기가 한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점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려낸 점이 아닐까 싶은데, 바로 코브의 과거이야기이다. 아내와의 꿈 공유과정에서의 '인셉션'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를 감내해야만 하는 코브의 아픔은 절절하게 느껴져온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꿈 속에 들어가 생각을 심어주는 코브와 그 생각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인 피셔 이렇게 둘의 이야기일 것이다. 꿈이 아니라면 그 둘은 만날 일 조차도 없는 관계의 사람들이지만, 아픔을 지닌 이 둘이 꿈 속에서 만든 목표를 위해 연대해가는 과정은 (물론 코브가 만들어낸 설정이지만) 어쩌면 서로에게는 적대적인 관계일 수도 있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음에도 꽤 인상적인 지점이었다. 물론 코브의 아픔을 피셔가 이해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어차피 삶에서는 한 인간에게가 아니라 관계망 속에 의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 엇나가있는 지점도 아닐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 쉴 틈도 없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많은 이들의 다른 결론처럼 영화의 내용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감상이 꽤 다양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맘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배역의 캐스팅이 꽤 흡족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스타에서 명배우의 길을 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외에 마리안 꼬띨라르와 와타나베 켄 등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엘렌 페이지가 등장해줘 감사할 따름이고, 귀여운 조셉 고든-래빗도 자신만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정도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극장에서 놀라게 된 건 바로 킬리언 머피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안에 뽑히는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동생 데미언이 등장한 것이다. 배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수년 전 데미언을 이번에는 피셔로 만나게 되는 건 새로운 흥분이기도 하다. 거기에 톰 하디라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 하지만 잘 몰랐던 배우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감독의 연출, 이야기의 구성과 상상력, 배우들의 연기 등 대부분의 지점에서 만족스러운 이런 영화는 1년에 몇 편 만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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