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Cracks]

ⓒ 토마스 엔터프라이즈






크랙 [Cracks]
감독 조던 스콧
출연 에바 그린, 주노 템플, 마리아 발베르드, 이모젠 푸츠, 엘리 넌 등
2009. 영국. 아일랜드.
@ 아트하우스 모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 운행하지 않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외딴 시골의 기숙학교라는 설정부터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온다. 영화는 그 기숙학교의 다이빙 교사인 미스G와 그를 추종하는 디라는 학생이 노젓는 배를 타고 그 위에서 담배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부터 오묘한 포스를 풍기는 영화 <크랙>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자신만의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 <크랙>은 다이빙 교사 미스 G와 그녀를 추종하는 아이들의 무리에 피아마라는 전학생이 들어오고, 이로 인해 생기는 그들 사이의 균열의 과정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추종하는 미스 G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경험과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자질과 외모를 모두 갖춘 십대의 피아마에게 빠져들어버리고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폐쇄적인 기숙학교, 아이들의 선생님에 대한 집착, 선생님의 한 아이에 대한 집착 등 공포영화로 느껴질만큼의 설정이긴 하지만,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보다는 미스 G, 디, 피아마 이렇게 세 명의 심리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권력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 자체가 권력의 상하관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보다 미스 G라는 매력적인 선생과 그들을 추종하는 아이들, 특히 '디'라는 추종자들의 우두머리인 아이의 관계는 감정과 집착을 통해 형성되는 권력관계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추종하는 선생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낼 수 있어보이는 아이들의 무리는 때문에 선생에게 종속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집단 속에 이 집단과 태생부터 어울릴 수 없는 피아마라는 존재가 들어오면서 이들의 관계에는 균열이 생기게 된다. 대체적으로는 이 무리에 끼어들 수 없는 이라면 그 자신이 떨어져나가는게 일반적인 결과이겠지만, 여기서 미스 G가 피아마에게 빠져들면서 이들의 권력관계에도 균열이 생겨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자신들의 우상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에게 빠져들어갈 때의 감정은 엄청난 박탈감이기도 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질투심까지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이들의 관계가 좋은쪽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중간에 보이긴 하지만 한 번 형성된 인간관계에서의 권력관계라는 것은 그리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돈과 사회적 지위등을 이용한 반강제적인 권력관계는 그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순간 무너지지만 애정과 집착 등의 감정의 권력관계라는 것은 매우 견고할 때가 많다.

ⓒ 토마스 엔터프라이즈



이렇게 강한 집착과 상대를 내 편 혹은 내 연인, 내 사람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욕망은 결국 화를 불러낸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관계는 폐쇄성에 기초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폐쇄적인 공간이라고 해서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폐쇄적인 공간이 지니는 특성은 그 공간으로 자꾸만 침잠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다양한 욕망과 감정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디에도 자신의 내적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해보이지 않는 외딴섬의 기숙학교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이빙이라는 것이 일종의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이들이 다이빙을 잘 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그 다이빙마저도 피아마는 다른 이들과는 천지차이의 실력을 뽐내버리게 된다. 보고 듣고 느끼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폐쇄적인 공간이 결국 그들의 감정을 엇나가게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폐쇄성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상당한 공포감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폐쇄적인 공간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들 사이의 권력이라는 것을 향유하거나 그것을 인정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안정적인 공간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인간을 향한 집착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폐쇄적인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많은데 특히 사건과 이야기를 통한 전개보다는 선생과 그를 추종하는 디, 그리고 선생이 집착하는 피아마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면에 끌리게 된다. 좋아하는 것과 집착하는 것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일텐데 그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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