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보통의 존재 - 8점
이석원 지음/달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 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채.
...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중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큼은 세상의 특별한 존재이길 바란다. 모든 이에게 특별한 존재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만이라도 '나'라는 인간을 특별하게 대해주고, 그런 존재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90% 이상이 평범함이라는 색깔이 입혀진 채 살아가는 속에서는 그건 어쩌면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존재'의 그 보통이라는 단어는 단어조차도 너무 평범해서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가는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를 흥이 흘러져 나온다고 생각했더랬다. 특히 보컬의 약간 미성인 듯한 목소리와 경쾌한듯 보이는 노래의 선율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에서 흘러 나오는 '평범함'에 대한 노래가사는 그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져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그냥 노래를 들을 수많은 평범한 이들을 향한 위로정도라고 여겨졌다.
책은 '보통의 존재'로 삶을 살아온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보컬인 이석원의 삶을 그리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물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어떤 누구도 평범으로만 이루어진 삶은 없을 것이다. '보통의 존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책의 내용도 사실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은 성공사례가 삶을 풍요롭게 보다는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에서 그의 삶의 여정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한 외부의 자극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도 그냥 관객이 되어도 좋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이 내용은, 꿈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쪽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이 있는 이가 있으면, 굳이 특별한 꿈이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도 있는 것이며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모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이, 어떤 이들은 주인공이 아닌 삶의 관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을 옥죄는 스트레스와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사회적 분위기가 쉬이 허용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스로라도 그런 강박을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실, TV 가요 프로에 나오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모던 록밴드라고 할 수 있는 그룹의 리더인 그가 꺼내놓은 자신의 이야기는 많이 놀라운 것들이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만 받고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것이 돈벌이가 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과 자아 사이의 괴리때문에 힘들어하는 수많은 이들보다는 그나마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내리는 동안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야기들도 종종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특별함으로 포장해놓은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그리 특별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허무에 빠지자는 것은 아니고, 누구를 보며 혹은 주변과의 무의식적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 특별해보이는 것도 어쩌면 모두 포장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 그냥 자신의 철학대로 자신의 삶을 꾸준히 살아내는 것이 정답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름있는 이들의 에세이라는 것에 그리 끌림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독서목록에 에세이집들이 종종 들어오게 되는 걸 본다. 에세이에 대한 흥미보다는 어떤 책은 저자의 글쓰기에 끌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석원씨는 원래 좋아했던 뮤지션이기도 했지만,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를 들으며 생긴 의문과 호기심에 접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때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때론 새로움이라는 의지로 흘러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와도 많이 닮아있다. 어쩌면 보통의 존재들과 함께 만들어가게될 위로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  1  |  2  |  3  |  4  |  5  |  6  |  ···  |  380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