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감독 안해룡
출연 송신도 등
나레이션 문소리
2007. 한국. 다큐멘터리
@ 미로스페이스
기나긴 억압의 역사를 살아왔고, 지금도 그 굴레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인류에게 있어서
'저항할 수 있는 권리', '저항하는 능력'은 어쩌면 최고의 가치일 수 있다.
이런 인간의 능력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계속되어온 인류역사가
그래도 긴 시대를 흐르면서 진보할 수 있었던 힘일 것이고
현재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도 (형식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때문에 그 권리와 능력 앞에 주저하는 나의 모습과 대비되는
영화 속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서 온갖 고생을 한 할머니에게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아픔도 있지만
사람에게 배신당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거의 갖지 못하는 아픔도 함께 존재한다.
때문에 자원모임 성원들이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도 송신도 할머니는
쉽게 그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믿음이 생기는데 까지도 꽤 시간이 걸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은 간혹 생기게 마련이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이 태어남과 함께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삶을 다할때 그 실타래를 풀고 가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사람'에게서 생긴 분노와 배신감 같은 것은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문제 때문에 삶을 살아내는걸 포기하게 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기도 하지만, '사람때문에 힘이 드는 것'도 현실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송신도 할머니는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해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옆에는 수많은 지지자들과 자원모임 활동가들이 함께 했지만,
그들 스스로의 고백에서처럼 '모든걸 책임지는 것이 두려운'인식이 존재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벽을 함께 허물고 새로운 믿음과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송신도 할머니의 역할이 결정적일 수 밖에 없다.
개인과 권력의 싸움에서 개인이 승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싸움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항상 패배감만 남긴채 그 싸움을 끝냈다고도 할 수 없다.
역사속에서 권력에 저항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송신도 할머니처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던 과정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송신도 할머니와 자원모임 활동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영화가 흔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정심 유발'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관객들이 눈물 흘릴 것을 미리 알고, '눈물따위는 흘리지 말자'고 외치는 듯 하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의 외침이 되려 가슴을 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하는 수많은 자원모임 성원들과 변호사들은
동정에서, 봉사라 생각해서 일을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일이라 생각해서 싸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할머니는 주변을 그렇게 변화시켜나간다.
그리고 관객들까지 울리고 웃기면서 많은 생각을 남긴채 극장을 떠나게 한다.
송신도 할머니가 싸워온 10년동안 아무것도 한게 없는 한국정부와
지난 역사에 대한 사죄는 커녕,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정부에 대한 쓴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반성'이라는 걸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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