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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사진출처 :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도서출판 수다
2009. 1.




잡지의 어느 구석에선가 본 듯한 이름.
<필름 2.0>과 <GQ>의 기자였고, <프리미어>의 기자인 허지웅. 그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듯 보인다.
에세이집이라는 것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데도
한번 들어본 듯한 '허지웅'이라는 이름은 '허지웅, 허지웅이 누구였지?' 하면서
검색창을 열어보게 했고, 위드블로그 이벤트에 신청과 함께 당첨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됐다.

<대한민국 표류기>
책은 크게 '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 '2부 큰 사람들의 나라', '3부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를 읽는 동안 '뭐야, 이런 소소한 일상의 끄적거림을 책으로 낸단 말이야...' 하면서
기대감이 실망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왜 그의 소소한 일상을 책의 3분의 1 이상이나 들였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2부와 3부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그의 문체에 빠져들게 됐고,
그건 그의 문체에 빠져들었다기 보다 그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고시원, 반지하, 쪽방, 가정불화, 연애, 사랑, 자살, 문신 ... 등등
같은 경험이 있기도 하고, 전혀 생각도 못한 경험들을 해왔던 그의 삶의 단편들이 모여있는게 책의 1부의 내용이다.
1부를 관통하는 느낌은 '자유로움'이다.
저자는 스스로 '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겠다' 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더 이상 경쟁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이야기 한다.
세상의 모든 혹은 거의 대부분의 이들이 '경쟁'하고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무의미하게 소비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거슬러 살아가겠다는 그의 생각 자체가 '자유로움'을 대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20대 내내 그와 유사한 생각을 해왔었고, 30대 초반인 지금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놓고 수없이 저울질하면서,
이제야 '보장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도 않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정도를 하고 있는 나에게
그의 '자유로움에 대한 선언'이 머릿속 동요가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20대를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생관 속에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다르게 산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전부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그렇게 살기를 다른 이들에게 설파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수많은 이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쉬우며
설파는 아니더라도 자기 혼자 그렇게 살아간다해도, 사회적으로 '낙오자'와 같은 낙인이 찍히기 쉽상이다.
적절한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수능시험 때였던가, 몇 학생이 수능을 거부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관련기사 밑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담긴 댓글이 줄을 이었다.
'수능 거부'에 대한 시시비비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사회의 보편적 통념에 반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이런 행위는 거의 '폭력'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자기가 가진 생각대로 하루하루의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상과 주변에 대한 기록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난 후
2부에서는 '큰 사람들의 나라'라는 제목에서 풍기듯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다.
기자라는 직업답게 진보와 보수, 종교, 촛불집회, 광장, 민족주의, 교육, 언론 등 다양한 방면의 문제를
기사화된 사건이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때문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매우 예리한 지적은
오늘의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가슴 한 구석에 담겨져 있는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같은 역할이 되어준다.
상위 5%를 위한 '승자독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
'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겠다는' 그의 생각은
이런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쳐서 살아가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그리고 세상이 옳다고 믿게 만드는 수많은 것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3부는 영화기자답게 영화평론의 글을 담고 있다.
영화평론이라고 해서 영화에 대한 분석과 영화적 가치를 중심에 둔 글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1부, 2부의 연속선상에서 영화속 배경을 통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분량을 들인, 그리고 어렸을 적 열광했던 '록키'에 대한 이야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편견과 조롱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록키의 말인지, 저자의 해석인지 모를 이 말에 어쩌면 책의 가장 큰 줄기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획일화된 시스템 속의 무한 경쟁은 거의 비슷한 일상과 비슷한 사고를 만들었으며
어쩌면 사람들 각자의 개성의 차이는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다.

'표류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아가면서
'정착하고 싶은' 또는 '정착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라는 부분에서 언론의 폭력에 대한 것을 실감했다.
그들에게는 '사람 하나 죽이는거 정말 쉬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혹시 아직 사건의 전말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꼭 클릭해보시기를...
http://ozzyz.egloos.com/3918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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