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 필마픽쳐스, 토리픽쳐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감독 장철수
출연 서영희, 지성원, 백수련, 박정학, 배성우, 오용, 이지은 등
제작 필마픽쳐스, 토리픽쳐스
2010. 한국.
@ 아트하우스 모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천 국제영화제였던가, 시간 등의 이유로 영화제를 거의 다니지 못하는 내가 정말 보고싶었던 영화가 있어서 영화제를 찾을 뻔 했던 영화가 바로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었다. 제목이 주는 인상이 제대로된 스릴러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오는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그 분위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등에서 연출부로 활동했던 장철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정식 개봉되기 전부터 흘러나왔던 소문도 소문이었지만, 스릴러와 서영희라는 배우의 느낌이 상당한 어울림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김복남이라는 주인공이 벌일 수 밖에 없었던 잔혹한 살인사건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반전이라던가, 높은 제작비의 효과를 보여주는 스릴러만의 특수효과 등은 없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지점은 바로 영화 안에 스며있는 사회성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섬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복남은 남편으로부터의 학대 속에 살아가고 있고, 유일한 탈출의 희망은 그의 친구 해원에게 있다. 그리고 그가 희망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해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 단 하나 뿐이지만 그 편지라는 건 중요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외면해버리게 되었을 때는 보내지 아니한만 못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버렸고 인내에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 복남은 어쩔 수 없는 극단의 상태로 치닫게 된다.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공포는 매우 다양한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 다양함은 또 다시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공포라는 맥락에 맞닿아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물론 이는 복남이 견뎌내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될 만큼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런 현실을 떠나 서울드림을 꿈꿀 수 밖에 없는 것이 복남의 현실일 뿐이다.
그런데 복남과 그에게 감정이입된 관객들이 느끼게 되는 공포는 대단히 사회적인 공포이다. 우선 마을의 모두가 복남과 그에게 벌어지는 학대를 외면한다. 그리고 복남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안좋은 사건들의 원인을 복남에게 뒤집어 씌운다. 어린 아이들에게서나 있을 법한 이지매와 왕따라는 정신적 공격이 작지만 그게 전부인 사회적 관계에서 벌어질 때, 그 공포는 쉽게 감내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벌이는 폭력을 옹호하는 여성들 속에서 그 피해여성은 극심한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속의 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이겨내는 타입의 복남에게는 이마저도 감내하지 못하는 고통은 아니었다. 그가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게 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는 결정적 이유는 외면, 그것도 애정이라는 감정이 섞여있는 친구로부터 받게 되는 외면이었고 그것은 곧 복남이 지니고 있는 유일한 삶의 희망이 사라져버리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이라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유일한 구원의 희망이었던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다 외면당했고, 그에게 행해지는 잔인한 폭력을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에도 해원은 (불친절하게도) 등을 돌리고 만다.

ⓒ 필마픽쳐스, 토리픽쳐스



김복남이라는 인물이 영화의 핵심인물이지만, 영화는 해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복남에게 닥치게 되는 사회적 공포와 함께 해원의 입장에서의 주변에 대한 외면과 비겁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 단 1%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의 해원은 자신과 사소하게 관련된 일들에는 오버스러울 정도로 감정이 폭발한다. 서울에서의 살인사건 목격과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은행고객의 사정을 모두 외면했던 해원은 그를 유일한 친구로 여기고 있는 복남 앞에서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리고 이런 외면이 극단의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 자신의 주변에 있을 리 없다. 다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개입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수많은 귀찮음과 불편때문에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를 계산하고 발을 담그고 말고 하는 일 따위를 학습하는 듯 하다. 책임질수도 없으면서 나대는 것도 꼴불견이고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고통을 가져다 주는 일이 되기도 하지만 유일한 희망일 때 외면하는 건 빛을 거두는 행위이다. 영화는 잔혹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속에 자신이 어떤 위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한번쯤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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